한여름의 오후, 연남동 골목 안에 있는 코니스에서 조금 특별한 시간을 보냈어요. 재즈 듀오 올디 벗 구디(Oldie But Goodie)의 재즈 라이브와 토크쇼가 열렸거든요.
보컬 정화와 피아노 강한성이 함께하는 올디 벗 구디는 1950년대 재즈 스탠더드를 중심으로 음악을 들려주는 팀이에요. 이름처럼 시간이 지나도 다시 찾게 되는 음악, 오래 들어도 좋은 음악을 이야기하고 있고요. 이날은 그런 올디 벗 구디의 음악을 코니스라는 공간에서 직접 들어볼 수 있었어요. 평소 커피를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던 공간에 재즈가 더해지니, 익숙했던 코니스가 조금 다르게 느껴지는 오후였어요.
연남동의 어느 여름
오후 2시가 가까워지자 코니스에 사람들이 하나둘 자리를 잡기 시작했어요. 평소 카페로 찾았을 때와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지만,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분위기는 여전했어요. 코니스는 연남동의 오래된 주택을 개조해 만든 공간이에요. 누군가의 집이었던 곳이 지금은 커피를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고, 때로는 이렇게 음악을 함께 즐기는 공간이 되었고요.
생각해보면 연남동이라는 동네도 비슷한 것 같아요. 오래전부터 이곳에 살아온 사람과 새로운 마음으로 동네를 찾은 사람들이 한 골목 안에서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있으니까요. 코니스 역시 그런 연남동의 분위기를 닮아, 다양한 사람들이 잠시 머물며 각자의 시간을 보내는 곳처럼 느껴졌어요.
그날은 그곳에 음악이 더해졌어요. 평소에는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던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재즈를 듣고, 같은 음악을 들으며 잠시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죠. 그래서인지 이날의 라이브는 단순히 공연을 보러 온 시간이라기보다, 연남동의 한 공간에 사람들이 모여 음악을 매개로 함께 시간을 보낸 오후로 기억에 남았어요.
올디 벗 구디가 들려주는 오래된 낭만
올디 벗 구디가 선택한 음악도 코니스와 비슷한 결을 가지고 있었어요. 1950년대 재즈 스탠더드는 지금 우리가 흔히 접하는 음악보다 훨씬 오래된 음악이지만, 이날 공연에서는 전혀 오래된 음악처럼 느껴지지 않았어요. 보컬과 피아노만으로 채워지는 구성 덕분인지, 오히려 곡 자체가 가진 분위기와 두 사람의 목소리에 더 집중하게 되더라고요.
특히 공연을 보고 있으니 ‘올디 벗 구디’라는 이름이 왜 이 팀을 잘 설명하는지 알 것 같았어요. 요즘은 새로운 음악이나 새로운 공간이 끊임없이 생기고, 우리는 그만큼 빠르게 다음 것을 찾아가잖아요. 그런데 이날만큼은 조금 천천히 있어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좋은 음악을 듣고, 이야기를 듣고, 주변 사람들과 같은 공간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시간이었거든요.
코니스와 올디 벗 구디가 닮아 있는 것
공연을 보고 나서 생각해보니 코니스와 올디 벗 구디는 꽤 닮아 있었어요. 하나는 오래된 집을, 하나는 오래된 음악을 다루고 있지만 결국 이야기하고 있는 건 비슷했거든요. 시간이 지났다고 해서 모든 것이 사라져야 하는 건 아니라는 것.
오래된 집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서 다시 살아나는 공간이 되고, 오래된 음악은 지금의 사람들에게 다시 연주되면서 새로운 기억이 되니까요. 그래서 이날의 라이브는 단순히 코니스에서 열린 재즈 공연이라기보다, 서로 다른 시간에 존재했던 것들이 연남동이라는 동네에서 다시 만난 순간처럼 느껴졌어요. 1980년대의 집에서 1950년대의 음악이 흘러나오고, 그 음악을 지금의 사람들이 함께 듣고 있는 모습이 조금 재미있기도 했고요.
오래 머무르고 싶은 서울의 모습
로코서울을 통해 동네의 이야기를 기록하다 보면, 결국 오래 기억에 남는 건 아주 거창한 사건보다는 이런 작은 순간인 것 같아요. 연남동의 한 골목에 있는 오래된 집에 들어가 음악을 듣고, 그곳에서 처음 만난 사람들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공연이 끝난 뒤에도 바로 일어나지 않고 조금 더 공간에 머무르는 시간.
저는 이런 순간들이야말로 우리가 동네를 좋아하게 되는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코니스가 누군가의 집에서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으로 다시 태어난 것처럼, 올디 벗 구디의 음악도 오래전 만들어진 곡을 지금의 사람들에게 다시 건네고 있어요. 그리고 그 사이에 우리가 있었고요. 오래된 집과 오래된 음악, 그리고 그날 그곳에 있었던 사람들.
시간이 흘러도 다시 꺼내보고 싶은 건 결국 이런 장면인지도 모르겠어요. 이번 코니스의 라이브 & 토크쇼에서 만난 올디 벗 구디의 음악을 로코서울의 짧은 영상으로도 담아봤어요. 그날의 여름 오후가 조금이나마 전해지길 바라요.
사진 및 영상: 코니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