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 프로그램·CONIS

여러 나라의 말이 한 공간에 모인 저녁, 코니스에서 《내가 만난 외국인들》을 만나다

text: 로코서울 편집부 · photo: 코니스 · 2026년 9월 8일

#연남동#코니스#컬처 프로그램#북토크

지난 4월 11일, 연남동 골목 안에 있는 코니스에서 조금 특별한 시간이 열렸어요. 구독자 30만의 유튜브 채널 ‘Creative Den’을 운영하는 크리에이터 오대용 대표님이 처음으로 펴낸 인터뷰집 《내가 만난 외국인들》의 출간 북토크가 열리는 날이었거든요.

원래도 코니스는 여행 삼아 연남동에 들른 사람부터 이 동네에 오래 자리 잡은 사람까지, 오가는 발걸음이 다양한 공간이에요. 그런 곳에서 ‘한국에 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책을 나눈다는 사실이 시작 전부터 묘하게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익숙한 한국, 낯설게 다시 보기

《내가 만난 외국인들》은 제목 그대로 한국에 머물거나 다녀간 여러 사람들의 목소리를 모은 인터뷰집이에요. 짧게 다녀간 관광객부터 유학생, 노동자, 결혼이민자, 귀화인, 탈북민, 고려인까지. 한국에 오게 된 계기도, 지금 이곳을 바라보는 시선도 저마다 달라요.

같은 서울을 두고도 누군가는 다시 오고 싶어 재방문을 택하고, 또 누군가는 오래 살았지만 여전히 ‘외국인’이라는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말해요. 처음엔 낯설고 불편했던 기억이 시간이 흐르며 정으로 바뀌었다는 이야기도 있고요. 우리에겐 너무 익숙해서 지나치는 ‘밥 먹었어?’라는 인사말이 누군가에게는 뜻밖의 다정함으로 다가오기도 하고, 반대로 당연하게 여기던 문화가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장면으로 남기도 하더라고요.

이런 이야기를 듣다 보니 자연스럽게 스스로에게 되묻게 됐어요. 매일 지나다니는 이 서울의 풍경이 다른 사람의 눈에는 어떻게 비칠까. 무심코 지나쳤던 말투나 태도도 누군가에게는 꽤 인상적인 장면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상 밖에서 다시 만난 사람들

오대용 대표님은 그간 ‘Creative Den’을 통해 영상으로 세계 여러 문화를 소개해온 분이에요. 이번 책은 그 카메라 뒤에서 만났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글로 다시 옮긴 작업이라고 할 수 있어요. 매체는 영상에서 글로 바뀌었지만, 결국 한 사람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듣는다는 본질은 그대로였던 셈이죠.

책 속 인물들을 보면 ‘외국인’이라는 한 단어로 묶기에는 삶의 결이 저마다 너무 다르다는 걸 느끼게 돼요. 누군가에게 한국은 스쳐 가는 여행지이고, 누군가에게는 매일을 살아내는 생활의 터전이에요. 다시 돌아오고 싶은 곳이 되기도 하고, 새로운 정체성을 찾아가는 곳이 되기도 하고요. 그래서 이 책은 ‘외국인이 본 한국’이라기보다 ‘각자의 자리에서 본 한국’에 더 가까운 느낌이었어요.

코니스, 요즘의 사랑방

이날 북토크가 코니스에서 열렸다는 점도 흥미로웠어요. 연남동의 오래된 주택을 고쳐 만든 이 공간은, 집이었던 시절의 분위기만큼이나 그 안에 모이는 사람들의 다양함이 매력이에요. 잠깐 서울을 여행 중인 사람, 이 동네에 뿌리내린 사람, 이곳에서 새로운 일을 막 시작한 사람까지 자연스럽게 한자리에 섞여 앉거든요.

그래서 코니스를 보고 있으면 ‘요즘의 사랑방’이라는 말이 떠올라요. 예전 사랑방이 같은 동네 사람들끼리 소식을 주고받던 곳이었다면, 코니스에는 조금 더 넓은 범위의 인연들이 모이는 느낌이에요. 이웃뿐 아니라 다른 도시,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도 잠시 머물다 가니까요.

그런 공간에서 세계 각지에서 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소개하는 자리가 열린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는지도 몰라요. 책 속 인물들이 각자의 언어로 한국을 이야기하는 동안, 코니스 안에서는 실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한 공간에 모여 그 이야기를 듣고 있었으니까요.

거리를 좁히는 건 결국 한 사람의 이야기

'외국인'이라는 단어는 가끔 필요 이상으로 멀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그런데 한 사람의 구체적인 사정을 듣기 시작하면 그 거리감은 의외로 빨리 좁혀지더라고요. 어디서 왔는지보다 왜 여기에 왔는지, 무엇 때문에 웃었고 무엇 때문에 힘들었는지가 더 궁금해지니까요.

《내가 만난 외국인들》 역시 그런 지점이 좋았어요. 한국을 무조건 예찬하는 이야기만 있는 것도, 반대로 비판 일색인 것도 아니었거든요. 애정과 낯섦, 좋았던 순간과 불편했던 순간이 한 사람의 이야기 안에 함께 섞여 있어요. 그래서 이 책이 그리는 한국은 하나의 그림으로 정리되지 않아요. 누군가에게는 그리운 곳, 누군가에게는 적응해야 할 곳, 또 누군가에게는 스스로를 새롭게 발견하게 한 곳이니까요. 그 여러 겹의 한국을 한 권 안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게 이 책의 재미인 것 같아요.

하나의 서울은 없다는 것

북토크를 듣고 돌아오는 길, 평소와 같은 연남동 골목이 조금 다르게 보였어요. 매일 지나던 가게들, 익숙한 풍경도 처음 이곳을 마주한 사람의 눈에는 전혀 다르게 담길 거라는 생각이 계속 맴돌았거든요. 우리에게 당연한 것이 누군가에게는 처음 겪는 낯선 문화일 수 있고, 무심히 지나친 한 장면이 누군가에게는 오래 남는 기억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서울을 소개한다는 일도 결국 이런 게 아닐까 싶어요. 우리가 아는 서울을 보여주는 것을 넘어, 다른 사람의 시선을 빌려 익숙한 동네를 다시 발견하는 일. 그런 의미에서 《내가 만난 외국인들》은 외국인들의 이야기를 모은 책이라기보다, 여러 시선을 통해 우리가 사는 한국을 새삼 다시 보게 만드는 책에 가까웠어요.

그리고 세계 각지에서 온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여드는 코니스에서 이 책을 만났다는 사실도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책 속에는 각기 다른 곳에서 한국으로 건너온 이야기들이, 그날의 코니스 안에는 또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있었으니까요. 서로 다른 곳에서 출발했지만 잠시 같은 공간에 머물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 그게 이날 코니스에서 마주한 《내가 만난 외국인들》의 풍경과 참 잘 어울렸어요.

사진 : 코니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