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티지 가게에서 우는 손님이 처음인가요?

by 로코서울 편집부

현상소 직원은 수민에게 말했다.

“필름은 한 시간 뒤에 찾으러 오시면 돼요.”

한 시간. 헤어진 지 삼 개월 된 사람에게 한 시간은 위험한 길이다. 걷다 보면 기억이 자꾸 발목을 잡고, 카페에 들어가면 전 애인이 좋아하던 원두 이름이 메뉴판에서 튀어나오고, 괜히 멀쩡한 사람도 계절 탓을 하게 된다.

수민은 현상소 위층에 붙은 작은 간판을 보았다. VINTAGE, 그리고 손글씨로 작게 적힌 문장.

없는 사이즈는 마음으로 입어보세요.

“웃기네.”

웃기다고 말했지만, 수민은 이미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가게 안은 세탁한 햇빛 냄새가 났다. 낡은 리바이스, 군용 재킷, 이름 모를 누군가의 울 코트들이 빽빽하게 걸려 있었다. 수민은 습관처럼 플란넬 셔츠 행거 앞에 섰다. 그 사람이 좋아하던 종류였다. 나나미카. 체크가 너무 정석이라 오히려 잘난 척하는 옷.

그리고 거기에 있었다.

파란색과 회색이 섞인 플란넬 셔츠. 왼쪽 소매 끝에 아주 작은 커피 얼룩. 수민은 숨을 멈췄다. 그 얼룩은 자신이 만든 거였다. 작년 겨울, 망원동 카페에서 웃다가 라떼를 쏟았고, 그는 괜찮다며 소매를 걷었다. “이 정도면 우리 사귄 증거로 남기지 뭐.”

수민은 옷걸이를 잡은 채 굳었다.

“그 셔츠, 아는 옷이에요?”

계산대 쪽에서 남자가 물었다. 가게 주인인지 직원인지 모를 만큼 자연스럽게 낡은 니트를 입고 있었다.

수민은 대답하려다 실패했다. 목구멍에서 말 대신 이상한 물기가 올라왔다.

“죄송해요.”

“괜찮아요.” 남자가 티슈 상자를 밀어줬다. “뭐, 빈티지 가게에서 우는 손님… 처음은 아니에요.”

수민이 코를 훌쩍이며 물었다.

“처음 아니에요?”

“그쪽 생각보다는 많을걸요.”

그 말에 수민은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남자는 아무 말 없이 가게 음악을 조금 키웠다. 현상소에서 맡긴 필름처럼, 수민의 마음도 어딘가 어두운 방 안에서 천천히 떠오르고 있었다.

한 시간 뒤, 수민은 한층 가벼워진 표정으로 사진 대신 셔츠를 들고 계산대 앞에 섰다.

남자가 물었다.

“입으시려고요?”

수민은 셔츠를 내려다봤다.

“아뇨. 이제 제가 버리려고요.”

그가 처음으로 크게 웃었다. 그러고는 조금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물었다.

“그럼, 쓰레기봉투에 담아드려도 될까요?”

망원동 현상소 위층 빈티지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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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코서울 편집부

로맨스 작가

서울 동네를 짧은 이야기와 산책 동선으로 엮는 로코서울 편집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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