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진은 전날 소개팅에서 들은 말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었다.
“조금만 덜 세 보이면 좋을 것 같아요.”
그 말이 뭐라고, 다음 날 아침부터 칼끝에 자꾸 힘이 들어갔다.
수진은 가게 앞에 서서 광어를 도마 위에 올렸다. 비늘을 긁고, 배를 가르고, 뼈를 따라 칼을 깊숙이 밀어 넣었다. 평소보다 동작이 컸고, 생선 머리를 자를 때는 거의 원한이라도 있는 사람처럼 도마를 내리쳤다.
쾅.
앞에 서 있던 남자가 움찔했다.
“왜요?”
수진이 물었다.
“생선 처음 봐요?”
남자는 잠깐 대답하지 못했다. 회사 회식 심부름으로 왔을 뿐인데, 고무 앞치마를 두른 여자가 광어 한 마리를 순식간에 해체하는 모습을 넋 놓고 보고 있었다.
“아뇨.”
그가 말했다.
“이렇게 멋있게 자르는 분을 처음 봐서요.”
수진의 칼이 잠깐 멈췄다.
“지금 생선 얘기하시는 거죠?”
“...생선도요.”
수진은 대꾸하지 않고 다시 칼을 움직였다. 이번에는 조금 더 세게, 그러나 미간은 아까보다 덜 찌푸려 있었다.
“가시 안 나오게 잘 부탁드립니다.”
남자가 말했다.
수진은 얇게 뜬 회를 접시에 올리며 대답했다.
“제가 알아서 발라드릴게요.”
남자는 그날 광어 한 마리를 들고 돌아갔다.
그리고 다음 주에는 연어를 사러 왔다.
그다음 주에는 방어를 찾았다.
네 번째 주, 수진은 그가 가게 앞에 서자 먼저 물었다.
“오늘은 또 뭘 그렇게 많이 사시려고요?”
남자는 이미 집 냉장고에 먹을 게 가득하다는 사실을 숨기며 말했다.
“사실 오늘은 생선 때문에 온 건 아닌데요.”
“그럼요?”
“사람을 좀 잘 골라보려고요.”
수진은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입꼬리를 누르곤 포장지 한쪽에 번호를 적었다.
“이건 손질 안 됩니다.”
남자가 웃으며 종이를 받아 들었다.
“괜찮아요. 통째로 가져갈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