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ery

동묘가 쉬워보여?

Written by 크리스

동묘가 쉬워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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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story was originally written in Korean.

김덕배는 평생 옷을 잘 입어본 적이 없었다.

회색 바지에는 회색 점퍼, 여름에는 체크 반소매, 겨울에는 검은 패딩. 옷은 깨끗하면 됐고, 단추는 잠기면 됐다.

그런 덕배에게도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

매주 목요일 복지관 서예 교실에서 만나는 정숙이었다. 정숙은 붉은 립스틱을 바르고, 꽃무늬 스카프를 매번 다른 방식으로 묶었다. 지난주에는 덕배의 회색 점퍼를 한참 보더니 말했다.

“김 선생님은 옷이 참 한결같으세요.”

칭찬은 아닌 것 같았다.

덕배는 다음 날 으로 갔다.

젊은 사람들이 구제 옷을 사러 간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싸고, 멋있고, 잘 고르면 유명 상표도 나온다고 했다.

하지만 시장 입구에 선 순간부터 막막했다.

사방에 산처럼 쌓인 옷가지와 군복, 가죽 재킷, 모자, 넥타이. 덕배는 아무 셔츠나 하나 집어 들었다가 다시 내려놓기를 반복했다.

그때 옆에서 누군가 혀를 찼다.

짙은 남색 정장 위에 주황색 등산 조끼를 입고, 목에는 실크 스카프를 두른 노인이었다. 바지는 카키색 카고 팬츠였고, 발에는 유난히 반짝이는 갈색 구두가 빛났다.

그는 덕배가 들고 있던 체크 셔츠를 빼앗아 내려놓았다.

“그걸 왜 골라.”

“무난하지 않습니까?”

노인은 눈을 가늘게 떴다.

“야, 동묘가 쉬워 보여?”

노인은 자신을 백기철, 일명 ‘미스타 빽’이라고 소개했다. 동묘 경력 십칠 년, 단골 가게만 열두 곳이라고 했다.

“누구 만나는데?”

“그냥… 아는 사람입니다.”

“여자네.”

미스타 빽은 더 묻지 않았다. 대신 옷더미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크림색 재킷을 꺼냈다. 거기에 줄무늬 셔츠와 초록색 니트 조끼, 와인색 넥타이를 차례로 얹었다.

“너무 튀지 않습니까?”

“평생 안 튀었으면 하루쯤은 튀어도 돼.”

다음 목요일, 덕배는 그 옷을 입고 서예 교실에 갔다.

정숙은 그를 보자 붓을 든 채 잠시 멈췄다.

“김 선생님, 오늘 어디 가세요?”

덕배는 괜히 재킷 단추를 만졌다.

“여기 왔는데요.”

정숙이 웃었다.

“오늘은 좀 다르시네요.”

수업이 끝난 뒤, 정숙은 함께 커피를 마시자고 했다.

덕배는 카페로 가는 길에 미스타 빽에게 문자를 보냈다.

‘성공한 것 같습니다.’

잠시 뒤 답장이 왔다.

‘신발은?’

덕배는 자신의 낡은 운동화를 내려다봤다.

곧이어 문자가 하나 더 도착했다.

Cliffhanger

‘내일 다시 나와. 동묘 아직 안 끝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