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mance

Exams, Luck or Skill? Then What About Love?

In Daechi's academy district, a hard-working fourth-place student gets paired with a lucky third-place sleeper.

Written by 로코서울 편집부

Exams, Luck or Skill? Then What About Love?

5-min read·#대치동 #학원 #수험
This story was originally written in Korean.

대치동에서 가장 억울한 사람은 공부를 못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공부를 했는데, 공부 안 한 애랑 성적이 비슷한 사람이었다.

남도윤은 그 사실을 고2 겨울방학부터 아주 깊이 깨닫고 있었다.

새벽 두 시. 도윤의 방 불은 아직 켜져 있었다. 책상 위에는 국어 기출, 수학 N제, 영어 단어장, 탐구 개념서가 사방으로 펼쳐져 있었다. 계획표에는 형광펜 세 가지 색이 정확한 간격으로 칠해져 있었다.

00:00 - 01:00 수학 오답

01:00 - 01:30 영어 단어

01:30 - 02:00 국어 문학 복습

02:00 - 02:10 인간성 회복

도윤은 마지막 항목을 보며 잠깐 생각했다.

인간성 회복은 내일로 미뤄야겠다.

그는 샤프를 다시 잡았다. 손목은 아팠고 눈은 뻑뻑했다. 하지만 괜찮았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도윤은 그 문장을 믿었다. 아니, 믿어야 했다. 안 믿으면 지금 이 꼴이 너무 억울했으니까.

다음 날 아침, 대치동 학원 3층 A반.

윤해린은 맨 뒷자리에서 자고 있었다.

정확히는 엎드려 있었다. 왼쪽 볼에는 교재 모서리 자국이 찍혀 있었고, 오른손에는 아직 샤프가 들려 있었다. 칠판에서는 강사가 열정적으로 말했다.

“이 문제는 수능에 나오면 1등급을 가르는 문제예요.”

해린은 그 말을 듣자마자 고개를 아주 살짝 들었다.

“몇 번이에요?”

앞자리 학생이 작게 말했다.

“5번.”

해린은 답안지에 5번을 찍고 다시 잤다.

도윤은 그 장면을 봤다. 그리고 자신의 안쪽 어딘가에서 작은 것이 부서지는 소리를 들었다. 어젯밤 두 시 십 분에 포기한 인간성이었다.

수업이 끝나고 채점이 시작됐다.

“자, 12번 정답 5번.”

해린은 눈도 제대로 못 뜬 채 동그라미를 쳤다.

도윤은 자신의 답안지를 내려다봤다.

4번.

틀렸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해린을 봤다. 해린은 하품을 하고 있었다.

“너,” 도윤이 말했다. “방금 잤잖아.”

“응.”

“문제 읽었어?”

“아니.”

“근데 왜 맞아?”

해린은 잠이 덜 깬 얼굴로 말했다.

“5번 냄새 났어.”

도윤은 잠깐 침묵했다.

그날 모의고사 결과는 오후 여섯 시에 나왔다.

남도윤. 전교 4등.

윤해린. 전교 3등.

점수 차이 1점.

도윤은 성적표를 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해린은 도윤의 표정을 보고 알았다. 저건 사람이 아니라 방금 삶의 운영체제가 업데이트 실패한 얼굴이었다.

“야, 남도윤.”

“말 걸지 마.”

“나 이번에 좀 망한 것 같아.”

도윤이 고개를 돌렸다.

“네가 3등인데 뭐가 망해.”

“찍은 거 네 개 중에 세 개밖에 안 맞았어.”

도윤은 샤프를 꺼냈다. 해린은 살짝 뒤로 물러났다.

“왜. 찌르게?”

“아니. 내 계획표에 ‘살인 금지’는 없어서 추가하려고.”

해린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때 조교가 교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다들 주목. 다음 주부터 파이널 관리반 들어갑니다. 성적 비슷한 학생들끼리 2인 페어로 묶어서 서로 공부량 체크할 거예요.”

도윤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아니, 이건 예감이 아니었다. 대치동에서 조교가 “성적 비슷한”이라고 말할 때 벌어지는 재앙은 언제나 정확했다.

조교가 종이를 읽었다.

“1번 페어. 남도윤, 윤해린.”

교실이 작게 술렁였다.

해린은 눈을 깜빡였다.

“우리 성적 비슷해?”

도윤은 성적표를 접으며 말했다.

“너는 나랑 비슷한 게 아니야.”

“그럼?”

“내가 좀 방심한 탓이지.”

해린은 또 웃었다. 도윤은 웃지 않았다.

그날 밤, 도윤은 새 계획표를 만들었다.

윤해린 감시 계획

1. 수업 시간 깨우기 2. 문제 읽게 하기 3. 찍기 금지 4. 5번 냄새 발언 금지 5. 내 멘탈 보호

그리고 다음 날 첫 수업.

도윤은 마음을 단단히 먹고 해린의 옆자리에 앉았다. 오늘만큼은 반드시 그녀를 깨워서 제대로 공부하게 만들 생각이었다.

‘쟤가 운빨 만렙이면… 그 운빨에 실력을 끼얹었을 때 점수가 얼마나 나오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수업 시작 7분 후.

해린은 졸기 시작했다.

도윤은 작게 속삭였다.

“야. 자지 마.”

해린이 눈을 감은 채 말했다.

“2번.”

도윤은 비웃으며 문제를 풀었다.

정답은 2번이었다.

Cliffhanger

도윤은 칠판을 봤다. 답안지를 봤다. 해린을 봤다.

그리고 처음으로 아주 진지하게 생각했다.

쟨 도대체 뭘까.